작품 소개
운좋게 고아가 되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고아란 그들과 동등한 인간이 아니었다. 길거리를 방황하는 부랑아, 감히 남의 음식에 손을 대는 도둑고양이, 남의 집에 빌붙어 살려는 기생충 같은 존재였다. 로넌은 다른 어느 고아보다도 그 시선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한겨울에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도 차가운 개울물에 매일 몸을 씻고 낡은 옷을 빨아 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빗었다. 그는 결코 자다 깬 머리 그대로 돌아다니거나 음식을 먹을때 얼굴이나 옷에 뭘 묻히는 법이 없었다. 일단 티나게 더럽거나 거칠게 굴지만 않으면 사람들은 고아라는 걸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아가 아니더라도 전쟁이 남긴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가난했고 다들 낡은 옷을 입고 배부르게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넌은 언제나 제 처지를 잊지 않았고 약간의 음식을 얻거나 몸을 구부리더라도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빌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묵묵히 해냈다. 그럼에도 제 한 몸 챙기는 것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군식구를 들이게 된 것은 절대 그가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도와줄까?" 얼굴이 예쁘고 목소리가 황홀하다는 것 빼고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기억상실 도련님은 종종 그렇게 말해서 로넌을 난처하게 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돕지 못하게 하면 그 고운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속상한 표정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로넌은 대체로 그가 하고 싶어하는 걸 허락해주는 편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오지랖을 부리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오늘도 도련님이 친 사고를 수습하면서 로넌은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돌아온 집에서 아까운 식량을 먹기 힘들게 망쳐놓은 걸 보면 화가 날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반은 태우고 반은 설익은 밀가루 반죽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넣으면서 그는 도련님의 허여멀건한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사고치는 거 말곤 없는 고운 손에 발갛게 데인 자국이 나 있는걸 보니 속이 불편했다. ...내일은 새벽에 약초를 캐와야겠어. 그는 오늘도 묵묵히 다음날의 일정을 변경했다.
작품 정보
〈비 내린 숲〉은 새벽의타타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2년 5월 19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1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