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유리에 반사된 감미로운 달빛이 반사된 새하얀 살결은 자잘한 다이아몬드 수천 개가 박힌 것처럼 영롱하게 반짝였으며 대리석과 같은 매끄러움을 자랑했다. 정교하게 조각된 조각품처럼 균열 하나 일지 않았으며 새틴처럼 부드럽고 석고처럼 차갑고도 새하얀 감촉을 머금은 여인의 살갗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탄을 금치 못해 입을 벌리고 멍하니 그녀의 자태를 감상할 뿐 이었으니. " 너희는 누구이길래 나의 길을 서성이는가? " 수면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듯한 여인의 움직임에는 숨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생기가 없다. 서서히, 우아하고 아름답게 발걸음을 떼는 그녀의 움직임은 잠에 잔뜩 취한 듯 몽롱했다. " 길을 잃어서… "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같잖고도 멍청한 답변이었으나 이미 그녀의 먹이사슬에 자리잡은 그들은 생각할 수 있는 이 성이 바닥나버린 상태였다. 새하얀 실크로 이루어져 핏물이 줄지어 늘어진 옷을 입은 여인과 별이 수놓아진 유리, 대리석 바닥과 초점없이 풀어진 그녀의 붉은 시선은 마치 셀 수 없이 많은 장인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듯한 유화와도 같이 영원을 자신의 눈에 새겨넣고 싶은 욕망을 머릿속에서 차마 지워낼래야 지워낼 수 없었다. " 이곳은 예외없이 모두 나의 땅인데. " 정제된 아름다움은 어느 숨결이나 유례없이 창궐한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빚어진 화려한 곡선은 서늘한 여인의 육체를 정처없이 떠돌며 끊임없이 그녀를 갈구하고 있었다. " 내 땅에서 너의 길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하는 것이니? "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가시가 자리잡은 뿌리마저 뜯긴 채 생명줄과도 같은 수분도 빼앗겨 말려진 장미는 그 잔혹함만큼이나 아름다웠다. " 너는 너의 길과 함께 예의도 잃어버렸나보구나. " 그 색을 한올한올 머금어 부드럽게 핏물이 고인 대리석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반짝이고 투명한 유리알과도 같이 선명한 이목구비가 유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숨이 식어버린 핏물을 마신 듯 붉은 입술은 도톰했으며 그 위엔 자잘한 주름이 새겨져 있었고 여인의 목소리는 마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천천히 선율이 내려앉는다. 입술이 벌어져 새어나오는 서늘한 입김은 여인이 지배하고 있는 것들의 갈구와 허기가 끝없이 흘러나온다. 그들의 마지막 숨이 여인으로 인한 반동으로 내뱉어진 순간 이들은 그녀가 빚어낸 부패에 찌들기 시작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작품 정보
〈붉은 여왕인데요, 앨리스가 집착합니다〉는 MULBUM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2년 12월 10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4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