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미미와 서현은 중년의 싱글 남녀로 SNS에서 그야말로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났다. 운명적이라 하지만 그들은 각자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 걸려 쉽게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는 몸들이었다. 모두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들이 미미와 서현에게는 부자연스럽고 불가능했다. 미미는 그런 자신의 처지가 스스로 이해 불가했고 이 불가를 가능케 하는 것이 미미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과제라 여겨졌다. 미미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작은 도시에서 반평생을 산 그야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미미는 상상도 못 한 일들이 지구의 한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 조차했고 한편 미미로서 불합리한 미미 앞에 닥친 경계 아닌 경계를 꼭 부숴버려야 한다는 의욕에 불탔다. 할 수 있어도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못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 당시 미미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일이었다. 미미는 결혼은 했지만 십여 년 전에 남편을 병으로 먼저 보내고 아들 둘을 키우며 살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지만, 그것 빼놓고는 흠잡을 곳이 없다. 주위에서 ‘누구 한 사람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다재다능하고 성격도 좋고 인품도 넉 넉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큰 역할이 하지 못한다는 것을 미미는 중년의 삶을 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중에 재혼의 조건에 너무 가난하다는 것은 그 모든 미미의 출중한 조건을 상쇄하고도 남을 악조건이었다. 미미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뒤 자존심마저 다치지 않기 위해서 이성을 만나 사랑한다거나 함께 산다는 꿈은 접고 자기개발에만 충실하였다. 그 안에서 충족을 누리려고 애쓰며 살았다. 미미는 열정이 많았기에 인간으로서 원초적 욕구나 외로움도 많았다. 미미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글을 쓰면서, 들판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모든 열정을 분산했다. 경제적 능력의 미비함은 미미를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소통을 활발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미미에게 두 명 이상의 오프라인 모임이 어느 해부터 한 번도 없게 되었다. 미미는 핸드폰 없이 못 사는 폰충이 되었다. 미미의 온라인 활동은 활발하여 모든 웹사이트에 자신의 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미가 히키코모리는 아녔다. 미미는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인터넷 신문에 기사도 쓰며 시를 줄곧 써서 시집도 두 권을 출간하였고 대학원에서 전공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고자 스토리텔링 연구용역 회사도 차린 스토리텔러였다. 한편 서현은 어려서 절에 보내졌지만, 부모와의 생이별 그리고 교리가 주는 압박감 등의 모든 고통과 아픔을 다 겪어내고 일찌감치 한 사찰의 주지가 되었다. 말이 사찰이지 비가 줄줄 새는 쓰러져 가는 단칸의 초가한 채였다. 그것도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 4킬로나 떨어진 외진 돌산 중턱 자리 잡고 있었다. 신도가 한 명밖에 없는 사찰에서 젊은 주지 서현은 몇 년은 사찰을 수리하면서 마을로 내려가 가가호호 방문하며 교리를 전파해 신도를 산사로 불러올렸다. 그의 대중포교의 성공 사례는 타 사찰의 귀감이 되어 그가 속한 종단에서 그를 중앙에 불러 큰 소임을 맡겼다. 몇십 년 동안 그의 땀과 노력으로 가꾸어진 사찰은 아름다운 사찰로 이름을 내기 시작하여 사찰은 점점 번성하였고 서현은 그 세계에서 그의 자리를 굳혀갔다. 그러나 대부분 자발적 출가가 아니고 타의에 의해 절에 보내진 승려들은 ‘내가 왜 속세로 가지 못하는가? 해탈은 무엇인가?’라는 원망과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번뇌도 컸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서현은 속세의 인연쯤은 초개처럼 버렸지만, 서현의 내면은 버린 만큼 비어 있었다. 서현의 가슴은 가끔 막연한 그리움과 외로움의 물결로 출렁이는 바다였다. 서현은 그 바다에 떠 있는 한 조각 나룻배 같았다. 그럴 즈음 한창 SNS에서 유행하던 라이브 방송 중의 하나인 미미의 채널을 서현은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미미와 서현은 비록 온라인에서의 만남이지만 서로 원초적 외로움을 품고 있어서였을까? 첫 만남의 순간에 서로 끈끈한 무엇으로 얽혀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처음부터 남다른 친밀함으로 얽혀 미미도 서현도 서로에게 접근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곧 이루어질 것 같았던 그들의 만남은 일 년이 가도, 이년이 지나가도 삼 년이 흘러도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차 한잔 나누지 못했다. 서로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그들을 막고 있는 벽은 견고해져 갔다. 그 세월 동안 미미는 서현의 세계에 좌충우돌 부딪혀 깨지며 서현을 더 깊게 알아가게 되었다. 서현이 있는 곳이 일반인인 미미에게 거대한 늪이라는 것을 알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지만 미미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였다. 미미는 비록 서현의 세계가 늪이라 해도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서 던져진 대로 서현과 최대한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미미의 모든 부질없는 짓에 비해 서현의 침묵은 무책임하다 못해 위대했다. 눈꽃설화/미미 오신다 오신다 하시더니 봄이 지나 여름을 거쳐 가을마저 보내고 이제 눈꽃으로 오시는군요 기다린 만큼이나 함박 쏟아지는 그대 이야기들은 어는 설국을 지나오셨길래 말문마다 흰 꽃 자물쇠를 물고 계시는지요 서러운 마음 돌아서려 하니 천년의 비밀 더욱 궁금해 하염없이 쏟아지는 그대 이야기들을 마냥 바라봅니다 천천히 천천히 속삭여도 읽히지 않는 하얀 비밀 침묵으로 침묵으로 쌓이고 있네요 끝내 뜨거운 가슴 위에서만 본심을 드러낼 당신은 눈꽃 당신은 녹고 나는 젖어야 할 운명. 끝끝내 미미와 서현이 알게 된 지 4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오프라인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억만년 손잡고 달려온 그들의 도착지, 지구에서의 만남을 아름답게 정리할 것인가?
작품 정보
〈밀어(蜜語) 제 1부〉는 꿀이뚝뚝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1년 2월 16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7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