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은석X최지혁 운이 안 좋은 날엔 잠겨있는 본관을 두고, 별관으로 돌아가는 수고를 해야 하는 시간. 그리고 나는 그가 이 시간에 깨어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참 부지런하고도 게을렀다. 근 두 달간 교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옆자리 짝꿍의 뒤통수였고 나는 아침마다 책상에 쓰러진 그의 뒤통수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마 그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겠지만. 몇 번이고 읽은 책의 목차를 떠올렸지만 작고 낮은 그의 목소리에 덮여버렸고, 꿈벅거리는 두꺼운 렌즈 속 눈에 금방 잊어버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그의 두꺼운 안경을 신경질적으로 벗긴 건, 짜증에 이기지 못하고 벌인 충동적인 일에 가까웠다. 상체를 숙여 향수냄새가 밴 아이의 입술에 입을 부딪힌 일은 더욱 더. 제멋대로 작동하는 에어컨의 기계음은 맑은 종소리 뒤로 더 커졌다. 부산스럽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삭막한 학교로 돌아가버렸고, 작게 떨던 다리를 멈추자 책상은 더는 불편한 소음을 만들어 내지 않으며 숨을 죽였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벌이 270번의 날개짓을 하고 4000개의 별이 탄생하며, 태양에서 6000만 톤의 수소가 타는 짧은 시간. 딱 1초. 아니면 그보다도 짧은 시간. “…….” 아이러니하게도 짧은 부딪힘에 머리는 오히려 차게 식는 기분이었다.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 못하던 감각들이 단박에 제자리를 찾아 움츠러드는 것 같달까. 애쓰지 않아도 상대를 볼 수 있었고 웃는 얼굴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여전히 남은 향수 냄새와, 그가 품은 아몬드 향을 맡으며 몇시간이고 이렇게 마주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아무 동요도 하지 않았다. 부딪히는 무릎을 허용하던 때처럼 무감각하게 앉아있었다. 항상 깃으로 가려져 있던 그의 목이 체육복을 입은 탓에 훤히 드러나고 있었는데, 햇빛을 받아 참 투명하게 빛이 났다. 나를 보는 눈처럼 말이다. -6화 中 @표지출처- 본인
작품 정보
〈20cm〉은 maliony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2년 7월 6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36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