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더운 열기를 피해 반지하에 자리한 바는 여전히 들뜬 대지의 열기와는 반대로 돌의 미네랄을 품고 다소 서늘했다. 북유럽에서 자라나는 빽빽한 침엽수, 반 년간 새하얀 눈보라를 맞고도 언제나 꼿꼿하게 푸르른 향, 춥다 못해 마르고 건조하게 터져나오는 먹색의 나무결 사이로 터져 나오는 상쾌한 소나무 향, 그러나 그보다 주목을 끄는 것은 나무 사이로 차마 굳지 못한 채 배어 나오는 호박색의 진액과 같은 향이었다. 소나무의 눈물, 송진의 향이 비강을 타고 진동했다. 그건 마치 수십 년의 겨울과 눈보라속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이 자라나던 소나무가 억눌린 채 흘리는 비명같았다. 서로 대화는 없었다. 초대 없이 빈 자리에 앉은 이안을 사내가 물리는 일 역시 없었다. 호박색 눈과 조우하고, 곡이 끝나고 잠시 내려 앉은 어둠 속, 이안은 홀린 듯 사내에게 다가가 그 서러운 상처 위로 입술을 겹쳤다. 아무런 저항 없이 침엽수의 향을 가진 남자의 손이 이안의 여린 허리와 어깨를 감싸 안았다. 비릿한 토마토의 열기 속에서, 단단한 겨울 나무의 심장에 이안의 여린 향이 섞여 들었다. 한겨울의 정적을 깨뜨리는, 퍼스트 브리치의 순간이었다.
작품 정보
〈퍼스트 브리치 [FIRST BREACH]〉는 bleu20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6년 8월 15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3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