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굵은 빗방울들은 성을 집어 삼킬 둣아 쏟아내린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무엇도 볼 수가 없다. 그저 가만히, 고요히 살아간다. 아니, 이것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나?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는 것을, 남이 먹여주는 옷을 입고, 남이 갈아입혀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나? 그녀에게 허락된 자유란 이 넓은 방안에서만 허락된다. 그녀의 세상은 이 넓지만 좁은 공간에서 해가 뜨는지,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른 채 끊임없이 흘러간다. 이제는 자신이 누군지 가물가물 해질 때 즈음에 약간의 고통이 찾아왔다. 그것은 너무나도 오래되고 그리운 자극이었다. 평소 잘 걸어다니지 않아 거의 남아있지 않은 다리 근육으로 비틀거리며 나왔다. 평소에는 가까이 가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던 문으로 미친 듯이 뛰쳐 나왔다. 머리에 달려 있던 장신구부터 몸을 옥죄고 있던 화려한 옷가지들을 하나둘 벗어버린다. 마침내 그리 고대하던 차가운 공기와 닿았을 때. 이제는 모두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무와 풀냄새, 그리고 약간은 비릿한 비 냄새는 뼛속 깊숙이 스며드는 듯 이전의 추억들과 향수를 일으킨다. 얼굴에는 물방울이 넘쳐났다. 따뜻한 것이 섞여 있는 걸 보니 빗물만 있는 건 아닌가보다. 이또한 얼마만에 흘려보는 눈물인지. 온 몸이 기쁨에 사무쳤으나 아직이다. 기껏 빠져나온 그곳을 그녀는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자그마한 불씨와 함께. 수 없이 밟아대는 빗방울에도 작은 불길은 꺼지지 않았고 머지않아 성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불길은 성을, 대지를, 그리고 비명소리마저 삼켜버렸다.
작품 정보
〈연가는 화음〉은 화오령 작가의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6년 4월 11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5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