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투스 바이러스가 좀비를 만들고 세상을 무너뜨렸다. 벽 안의 질서와 벽 밖의 반란, 인류는 서로를 적으로 삼았다. 생존자와 감염자, 국민과 난민, 군인과 변절자. “대령, 미남, 변덕 심함. 까다로움.” 특수임무대대장 대령 천태오의 손아귀에 들어온 혁명군 연구소의 실험체, 미르. 신인류 미르는 인류 최악의 전염병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천태오는 국가를 위해 손쉽게 그녀의 마음을 얻는다. 글을 가르쳐 주는 시간, 다정한 말, 부드러운 손짓, 계산된 온기. 그 정도쯤은 쉬운 일이었으니까. “나도 널 이용해 먹을 생각뿐이야. 대의를 위해서라면 네 행복 같은 건 희생되어도 될 것 같거든.” “태오가 기쁘면 나도 기뻐.” “포로의 결말은 두 가지야. 사살하거나, 국경 밖으로 추방하거나.” 천태오는 미르에게 어떤 것도 숨기지 않았다. 적당히 임무가 끝나면 적절한 처분을 내리겠다는 말도 진심이었다. 이용할 생각이었다. 끝까지, 흔들림 없이. “기지를 옮기면 그땐 네 처분을 결정할 테니까.” “신문, 상관없음, 죽음, 두렵지 않음.” “…….” “미르, 태오, 친구. 변동 사항 없음.” 하지만 두툼한 손바닥 안에서 심장이 요동칠 때, 천태오의 눈동자 위로 온갖 감정이 깃들었다. “선생님이, 입술을 맞춰 보면 알 수 있대.” “…….” “상대를 향한 나의 마음을.” 천태오는 과분한 사랑에 혀끝이 쓰렸다. “미르, 태오, 좋아. 아주 많이. 캐러멜보다, 더.” 오직 대의를 위한 거짓이다. 선택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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