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근사한 폭군 남편은 하나부터 열까지 의뭉스럽다.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사랑했던 남편을 이렇게 경계한다고? 남편을 이렇게나 낯설어하고 무서워한다고? 은솔은 그의 모든 것을 믿지 않았다. “…왜 그렇게 놀라? 누가 보면 남편이 아니라 납치범이라도 맞닥뜨린 줄 알겠어.” 그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왔다. 움찔할 틈조차 주지 않은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이내 그의 기름한 손가락이 귓바퀴에 닿고, 흘러내린 갈색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흡! 감전이라도 된 듯, 찌릿한 스파크가 척추뼈 사이를 가로질렀다. “솔아. 그래도 이제 미친놈이랑 남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언제까지 자신을 무뢰한으로 취급할 거냐는 그의 원망. “나는 아무리 어두워도 너를 알아보는데. 네 냄새나 네 숨소리, 그리고 네 걸음걸이까지 난 다 알고 있거든.” 그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쩌면 궁극의 애정 표현일지도 모를 그 말이 심장을 빠듯하게 조여 왔다. “하긴, 너는 기억을 다 잃어버렸지. 그래서 그런 걸 거야. 너도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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