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주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 “자기 요절하겠다.” 스물셋, 옥단은 임용 고시를 앞두고 찾아간 무당에게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는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남자랑 관계를 맺어야 돼. 안 그럼 자기 죽어.” “……나, 남자랑 관계라는 게 혹시….” “이왕이면 생일이 같은 남자가 좋겠어. 생일이 같은 동갑내기가 자기 기운에 제일 괜찮아.” 무당이 방울을 흔들며 점사를 줄줄 읊었지만 이미 옥단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죽는다니. 꽃다운 청춘에 그럴싸한 꽃도 못 펴 보고 요절한다니. “공주 왜 삐뚤어졌어.” 점사를 보고 온 후로 잔뜩 새들새들해진 옥단이 눈만 들어 제 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서정하. 장옥단의 오랜 소꿉친구. 잘난 외모 탓에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 야속한 남자. 옥단의 첫사랑이자 현재 진행형인 짝사랑 상대. “서정하 너 친구 많잖아. 네 친구들 중에 생일 나랑 똑같은 애 없어?” “글쎄~ 나 말곤 모르겠는데.” 마침 생일도 같다. 옥단이 빠른으로 입학했다가 재수를 해 버려서 둘 사이의 족보가 조금 꼬이기는 했지만. “내가 너랑 생일 똑같은 걸 몰라서 물었겠냐? 너 말고 말이야, 누구 없어?” “음, 없는 것 같네. 갑자기 생일 같은 애는 왜?” 하지만 정하랑 소꿉친구 외의 다른 관계, 중에서도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건 정말이지 불가능해 보였다. 정하는 옥단이 발가벗고 다녀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애당초 옥단을 발가벗겨서 씻기고 닦이고 입히고 재우면서 애지중지 키운 게 정하였다. “아니야…….” 옥단은 그런 게 있다며 시무룩하게 말을 맺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짝사랑도 임용 고시도 요절하지 않고 살아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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