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역할과 클리셰에 맞춰 연기를 하는 게 당연한 세계관. 그 체제에 순응한 창조주가 주어진 현실에 저항하는 버그를 만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인류를 몰살시키려는 실버 드래곤의 목을 치고, 난세의 영웅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건만. "축하해요. 당신은 오늘부로 중죄인입니다." 눈을 뜨자, 세상 화려하게 생긴 남자가 머리맡에서 개소리를 뱉고 있었다. 내가 반드시 멸망했어야 하는 세계를 멋대로 지켜낸 탓에 오류가 생겨버렸다나. 평생 정의롭고 성실하게 살았던 대가가 오류 취급이라니. 그래. 차라리 잘 됐다. 허접한 엑스트라로 살다가 적당히 사형이나 당하자고 결의를 다지며 새로운 세계로 환생했는데. 아니, 왜 자꾸 주인공이 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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