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망쳐줘요.” 매섭던 눈매가 짧게 휘었다. “맞선 보는 남자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쪽이 그렇게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아니, 꼭 당신이어야만 했다. 저를 가늠하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에도 나윤은 동요 없이 차분했다. “어떻게 망쳐주면 좋겠습니까?”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좋았을 때.” 처절하고 비참하게 바닥 끝까지. 그녀가 삼킨 뒷말을 알아챈 듯 재하의 까맣던 눈동자에 흥미가 돌았다. “그럼 진나윤 씨는 나한테 뭘 해줄 겁니까?” “원하는 것 모두요.” “그건 마음에 드네.” 그가 픽, 웃었다. 기껏 찾았더니 망쳐달라는 소리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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