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어느 날, 그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그가 날 좋아하는 걸까? 아닐 거라고 고개를 내저어도 그만 보면 설레었다. 로맨틱한 일들이 펼쳐질 것 같았다. 누구나 한번쯤 꿈 꿔보는 그런 일들. 마냥 좋기만 했다. 내 발등을 내려찍는 어리석은 일이 될 지도 모르고서 말이다. 10년 후, 그 남자가 다시 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그 남자 때문에 설레려고 한다. 이 남자, 어쩌면 날 좋아할 지도 몰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지금, 나는 같은 착각을 두 번이나 반복하려고 한다. 어리석은 걸까. 아니면 또 다른 기회인 걸까. <본문 중에서> “안녕.”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남자가 앉아 있었다. 연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너무나도 좋아했을 그가 친분이 있지도 않는 자신을 보며 미소 지었다. 술에 취해 몽롱해졌던 정신이 확 깨이는 것 같았다. “어……. 안녕, 하세요.” 도향은 주위를 흘끔거렸다. 어쩐지 사람들의 시선들이 죄다 자신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몰려있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으로 인한 주목 따윈 달갑지 않다고 생각하며 도향은 주섬주섬 가방과 겉옷을 챙겼다. “가려고?” 그의 질문에 저도 모르게 당황한 도향은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하는 척 했다. “아무래도 좀 늦은 것 같아서.” “아쉽네. 이야기 좀 나눠볼까 했더니.” 도향은 이 남자가 나한테 갑자기 왜 이러나 하고, 미심쩍은 눈초리로 보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기회 되면요. 그럼, 저는 이만.” 의자를 밀며 막 일어났을 때, 그가 말했다. “데려다 줄까?” “네?” “늦은 것 같다며. 나는 이제 막 와서 술 안마셨거든. 내 차로 데려다 줄 수 있는데.” 상냥하게 말하며 부드럽게 미소 짓기까지 하는 그다. 도향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가, 점점 모여드는 시선들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느끼고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괘,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아직 버스 시간 끊길 때도 아니고. 그럼, 놀다 가세요.” 도향은 재빠르게 대답하고 모임자리를 빠져나갔다.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소란스레 심장이 방망이질을 해댔다. 빠르게 걸어가던 도향은 모임 장소에서 꽤 멀어졌다고 느꼈을 때에야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한테 말을 건 거야? 여태까지 말을 섞기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안 나눴었던 사인데.” 도향은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섰다. 그렇게 그 날의 그의 변덕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 앉아도 돼?” 도향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묻는 남자를 보다가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굳이 자신의 옆자리가 아니라도 빈자리는 많았다. 도향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옆자리에 앉는 그를 의아한 얼굴로 힐끔거렸다. 이 남자, 그리 친하지도 않는 자신에게 개강모임 때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말을 놓는다. 연희 말로는 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꼬박꼬박 존대한다고 하던데. 왜 자신한테는 존대하지 않는 걸까. 도향은 묻고 싶지만 이것도 시비를 붙이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책을 펼치자, 남자는 더 이상 도향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곁눈질로 그를 살피니, 그 역시 영문으로 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제는 그 책이 이 수업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는 거겠지만. 도향의 시선을 느낀 건지 남자가 그녀를 쳐다보며 ‘왜?’하고 물어왔다. 도향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으며 교탁이 있는 자리를 바라봤고, 때마침 교수가 앞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 쿡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도향의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작품 정보
〈착각〉은 장인경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로망띠끄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5 늘어 누적 1,543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