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골칫덩이 아가씨와 가문의 액막이 시종. 비교적 최악에 가까운 인생 시작이었지만 라넨 록펠러의 지난 13년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했었다. 제 시종이 저택을 불태우고 저를 납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정략결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요. 방금 아가씨의 장례를 치르고 오는 길이거든요.” 그녀의 모든 계획은 늘 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남자’로 인해 어그러졌다. 구원처럼 찾아와 어느 순간부터 떨어지지 않는 재앙이 되어버린 남자. “그러니까 제가 늘 경고했잖아요. 근본 없는 잡놈에게 잘해 주지 말라고.” 라넨은 조용히 머리를 짚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본인이 그를 시종으로 삼았을 때부터? 아니면 호기심에 그와 첫 키스를 나눴을 때부터? 이 와중에 가장 최악인 점은. “당신을 품는 자는 재앙이 된다고 했지. 그럼 제가 재앙이 될게요. 그럼 우리는 계속 함께일 수 있겠죠.” 자신을 바라보는 저 싸늘한 얼굴이 더럽게도 제 취향이었다는 것이었다. 일러스트: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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