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목소리에 섞인 장난기도 그대로였다. 처음엔 장난이 아니라 빈정거림이라고 생각했던 그 말투였다. “차 좋네?”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인사를 해도 될지, 아니면 모른 척 지나가야 할지 수많은 상상을 해 보았다. “선배 보고 인사도 안 하네. 후배가 싸가지 없게.” “……인사를 할 사이가 아니잖아.” “말도 까고.” 그 상상 속 어디에도 이렇게 시정잡배처럼 빈정대는 얼굴은 없었다. “너는 좋겠다, 윤서야.” “뭐가.” “좋은 차도 타고.” 그가 운전대의 엠블럼을 보고 또 피식 웃었다. “일이 한가한가 봐.” “뭐?” “남자도 만나고.” 윤서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한윤서에게 ‘한가’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한가’라니. “우리 윤서 당분간 바빠지겠네.”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도현이 슈트에 묻은 먼지를 툭 털어 내며 상체를 숙였다. 윤서가 몸을 뒤로 뺐다. “자, 여기가 네 하늘이야. 네가 섬겨야 할 방향.” 일러스트레이터: 메이비진
리뷰를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