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습작, <죽은 당신을 위한 파반느> 작품 속에 빙의했다. ‘제대로 망했다.’ 하필이면 작중 최악의 악역, ‘아켈레 로윈 펠 베티우스’라는 인물에! 믿기 힘든 상황이지만, 정신은 금세 차려졌다. 유일한 보호자가 나뿐인 여동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한시라도 빨리 가서 여동생을 지켜 줘야 하니까. [‘권능의 파편’ 수집 중…….] [회복력 현황 : 00.00%] 다행히 돌아갈 방법은 있었다. ‘권능의 파편’을 모으는 동안, 이 세계의 결말까지 머무를 것. 그냥 지내기만 하면 된다니, 너무 쉬운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한 게 문제가 된 것 같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이방인으로 인식되어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소에 주의하세요!] [① 원작 보존의 법칙] [② 캐릭터 가이드라인] [③ 난동 수치] 요약하자면 이렇다. ①원작의 흐름을 방해해선 안 되고, ②빙의한 캐릭터에 걸맞게 (쓰레기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난동 수치가 내려가서…… ③기절하게 된다는 것. “정말 쓸어도 되겠습니까, 전하?” “무슨 뜻이지?” “늘 빗자루 스치는 소리가 거슬리니, 손으로 쓸어 담으라고 하셔서…….” “……빗자루를 써라. 다치는 건 질색이니 손대지 말고, 조심해서 치워. 알겠나?” “알겠습니다!” 덕분에 시작된, 팔자에도 없는 악역 생활. 난동 수치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머리가 다 아픈데……. “내 영지에 아홉 살은 출입 금지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나.” “바로 어제가 제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제 아홉 살이 아니에요, 형님!” “……아홉 살 금지라고 해서 열 살 허용이라는 말은 안 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홉 살 금지잖아요! 열 살이 아니라! 형님이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다 들었어요!” 미운 9살, 아니, 10살 이복동생은 속을 썩이고. “맛있어 보여. 먹어 보고 싶어…….” “야, 인마.” “존댓말 쓰면 먹게 해 주나요?” “해 주겠냐?” “그러면 죽고 나서 나 줘요.” 원작에선 본 적 없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내 영혼을 노리는 와중에. ―끼앙. “저희 이 여우 키워요. 네?” “안 된다. 내다 버려.” “하루만요, 형님…… 네? 부탁드릴게요. 콩도 남기지 않고, 검술 수련도 열심히 하고요, 또…….” 그 미운 10살이 주워 온 새하얀 여우까지. 빙의하면 원래 이렇게 힘든가? ……제대로 사기를 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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