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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품 소개

“폐하. 고정하십시오. 황후께서 보시면 놀라십니다.” “황후? 누가 내 황후란 말인가.” “누구라니요. 그야….” “설마 그 바보 사내아이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체스터 후작.” 바보 사내아이라니. 하늘에 맹세코 황제가 아드리안에 대해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뭔가 일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하워드가 알아챘을 땐 이반이 이미 처음으로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명령을 내린 뒤였다. “그런 쓰레기 같은 황후는 폐한다. 체스터 가에게도 그 책임을 물 터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 편이 좋을 거야.” 하워드는 놀라 미련 없이 돌아서 ‘검은 훌륭하군.’ 따위의 말이나 유유자적하게 내뱉고 있는 황제의 다리에 매달렸다. “대,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럼! 그럼 아드리안은!"" “그래도 명색이 황후였는데. 아무데나 둘 수는 없겠지. 녀석은 서궁에 유폐할 거다.” “폐하!” 허옇게 질린 하워드가 애타게 부르는 순간, 돌아서는가 싶었던 검이 다시 그의 목 줄기를 노렸다. 졸지에 자신의 가문의 보검에 의해 두 번이나 목숨이 오락가락하게 된 하워드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검 날 뒤에서 날을 세운 금빛 눈동자가 나직이 경고했다. “경이 그동안 한 작태를 생각하면 용서할 수 없지만, 그래도 녀석이 3년이나 몸을 바쳤으니 감안해준 거다. 그 짓거리도 못했더라면 더 미치고 말았겠지.” 그래봤자 남자지만. 하고 비죽거린 이반이 시녀들에게 옷시중을 받는 동안 다리에 힘이 풀린 하워드는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기만 했다. 마침내 완벽히 성장을 마친 이반이 방을 나서기 전에 보검을 하워드의 목옆에 박아 넣었다. “녀석 덕분에, 이제야 제정신이 들었거든.” 체스터 가문 시대의 폐막을 알리는 잔인한 종소리였다. *** “이, 건.” “그분께서 남기셨던 것입니다.” “이런 걸 언제….” 황망히 주위를 돌아보는 발걸음이 광자의 것처럼 넋이 나가있다. 그러나 어둠을 밝힐 횃불을 들고 서궁 안으로 들어온 요셉이 훨씬 잘 보이도록 높이 들어 올리는 팔을 따라 무심코 옮겨갔던 눈에 가득 뜨거운 물이 고였다. “이반, 구스타프.” 사방의 벽을 에워싸고 있는 서투른 글자는 모두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 못나지만 또박또박 쓰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그의 이름들이 동서남북 천지에 가득했다. 손길이 닿았던 곳을 알려주듯 서궁의 홀 전체를 감싸고 있던 자신의 이름들이 와락 달려들자 이반은 더는 버틸 수 없었다. 털썩.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은 그의 어깨가 천천히, 격렬하게 떠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요셉은 횃불을 벽에 꽂아두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더는, 그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할 자신이 없었다. 평소와 달리 힘없는 걸음으로 나오는 그를 맞이하듯 환한 달빛이 눈부셨다. “…미안합니다.” 닿을지 알 수 없는 사과를 하며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가슴 앞으로 모으고 작게 묵념하는 그의 위로 여전히 환한 달빛이 쏟아졌다. 온전히 홀로 남겨진 이반은 바닥의 글자들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틀리더니. 이렇게 잘 쓸 줄 알았구나.” 부군의 이름 철자도 쓸 줄 모른다며 괜히 놀리곤 했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겠다. 희미한 웃음 위로 눈물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영영. 그럴 수 없겠구나.” 바닥의 글자 하나하나를 주워 담고 싶은 것처럼 무의미하게 어루만지며 떨고 있던 손이 바닥의 한 곳에 닿았다. 아마도 그곳이 첫 시작이었던 듯, 유독 글씨체가 정갈하지 못하고 제각각으로 투박했다. 틀린 철자를 지우고 쓴 흔적들을 덧그리던 손이 그것을 쥐어보려는 듯 모으다 실패하고 쓸어내렸다. “아드리안….” 그 아인 대체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자신을 그리워했던 걸까. 그렇게 모질게 저를 내친 사람을, 그 작은 가슴에 품어두고 얼마나 보고 싶어 했던 걸까. 얼마나 사랑해주었던 걸까. “끄윽….” 참고 참았던 소리가 당장에라도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악문 잇새를 뚫고 나왔다. “너는 이렇게나 날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바보 같이 내 마음도 모른 나는 아직 바보였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소중한 사람이 사랑이었음을. 뜨거운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차가운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이반은 어린 아이처럼 바닥에 웅크려 울었다. 그러나 아무리 울어도, 더는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현실이. 그 상황을 만든 게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이 그를 더 눈물짓게 만들었다.

작품 정보

〈[BL] 바보 이반의 신부〉는 큐유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BLme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1 늘어 누적 8,79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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