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싸가지 없는 안경쟁이랑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 이 작은 나라에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왕가의 후계는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 가운데, 왕립 고등학교를 가장 우수하게 졸업한 이와 결혼한다. 이 저주와도 같은 전통을 깨트릴 방법은 단 한 가지. 왕가의 아이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가장 우수하게' 학교를 졸업하는 것뿐. “내가 줄곧 1등인 게 네게 대단한 피해라도 끼친 건 아닐 텐데.” “끼치고 있어, 아주 완벽하게!” 이비는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을 꾹 누른 채로 빽 소리를 질렀다. “예를 들어?” “…….” 내가 너와 결혼하게 된다는 점이지. 물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 * * “이비 언더우드.” “…….” “숨기고 있는 걸 전부 말해.” 허리를 깊이 숙인 사이러스의 틸그린 눈동자가 이비와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차마 그를 제대로 마주할 수 없어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사실은 내가 네 트로피 공주님이라고? 너와 결혼하는 게 끔찍해서 1등을 차지하려 했다고? 이제는…… 널 방해하고 싶은 것인지, 어쩌고 싶은 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일단.” 커다란 손이 이비의 양쪽 뺨을 쥐었다. 그대로 이끌리자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선이 마주하고 말았다. “내가 널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알려 줘.” “…….” “네 진짜 이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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