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판정을 받던 날, 떠올랐던 것은 그 이름뿐이었다. 커티스 시어마이엄 대공자. 북부의 주인이자 제국의 방패. 그리고 3년 전, 마물들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동화 속 기사. 빛나는 명성을 후광처럼 두른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하나였다. 감히 그녀를 구해 주었다는 것. 그것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수도를 향했다. 목표는 하나였다. 죽기 전, 이마에 오랜 짝사랑의 입맞춤을 받아 보는 것. 그것을 받을 수만 있다면 당장 죽어도 상관없었다. 남은 삶 동안 오직 그것만을 구걸했다. 그리고 치열한 구애 끝에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제 아내 자리를 원한다고 하셨지요. 시어마이엄 대공비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청혼이었다. “반대이셔야 할 겁니다.” 그것도 그녀가 바란 것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시어마이엄 대공비의 자리를 원하되, 제 아내 자리는 원치 않으셔야만 할 겁니다.” 그의 마음 대신 그의 명예를 나눠 가질 뿐인, 껍데기만 남은 청혼. 시체도 그의 옆자리를 지켜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엘리너는 반지를 받아 들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질문에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러스트: 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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