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알 수 없는 푸른 창이 뜨자마자 낌새를 알아채고 도망쳤어야 했는데. 내가 어쩌다 악역이 되었고, 어쩌다 저 소설이란 것에 휘말리게 되었으며, 어쩌다 의지 없이 욕을 나불거리고 주먹을 날리게 된 건지……. 최선을 다해 도망치려다 실패한 나는 빌어먹을 소설이 끝날 때까지만 아등바등 버텨보기로 했다. 그래, 악역이 뭐 별거 있겠는가. “백화야, 괜찮아? 어디 멍들거나 부러진 곳은 없어?” “유백화,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마. 또 온통 맞아서는 피투성이가 되면 어떡해?” “누가, 스트레스 좀 받은 걸로 코피를 흘리다 못해 쓰러지기까지 해…. 너 그거 몸이 지나치게 약해서 그래. 그러니까 나랑 같이 병원 가자. 응?” “백화 너… 방금, 뛰어내리려 한 거야?” “설명해, 유백화. 너 진짜 죽으려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냐고.” 정정한다. 악역은 충분히 별거 있다.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이 지랄 맞은 새끼들아……. “이럴 거면, 차라리 너를 잘게 조각 내서 모조리 삼켜버리고 싶어.” 그 살벌한 안광을 마주한 나는 버둥거리던 것도 멈추고 히끅, 딸꾹질만 했다. 정말. 세상 모든 악역에게 조의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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