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위 전에, 갓 성인이 된 황제가 부탁했다. “그때가 오면, 당신 손에 죽고 싶습니다.” 다정한데 잔인하다. 명령할 수 있으면서도 늘 존중을 앞세우고, 내게 선택지를 남겨 두고 싶다면서도 늘 광기를 억누른 얼굴로 입술을 겹쳐 오는 남자. “왜 하필 저예요.” “당신이어야 하니까.” “폐하는 늘 그런 식이네요.” “어떤 식입니까.”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 그는 웃지 않았다. 대신 내 목덜미에 뜨거운 숨을 묻은 채, 천천히 대답했다. “그걸 알면서도 제 곁에 있잖아요.” …너는 나를 망치는 게 분명해. 나는 네 곁에서 기꺼이 나 자신을 쾌락 속에 유기하고 있음이 분명해. 불온한 집착에 사로잡혔다는 걸 깨달아 봤자 이미 늦었겠지. 나는 끝내 네 부탁을 외면하지 못할 거야. 언젠가 네 마지막 존엄마저 내 손에 맡겨질지라도.
리뷰를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