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마음껏 사랑해도 돼. 사랑할 때 마음을 다 주면 안 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해도, 상처받을 것을 예상해서 일정 거리 이상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이제는 곁에 없는 엄마는 술에 잔뜩 취하면 어린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그러곤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쟌느를 내려다보며 항상 똑같은 말을 뱉었다. 아. 그 말을 왜 지금 떠올리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지금, 그녀를 주제로 밀약이 오고 가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릴리안. 지금 뭐라고 했어?” “오빠가, 쟌느 노바에게 고백해서 사귀면 안 되냐고.” “무슨 말이야. 갑자기 연애를 하라고?” “응. 공부 따위 생각도 못 하고, 망칠 수 있도록.” 쟌느는 아카데미에 입학 이후로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친 적이 없었다. 심지어 평민이기까지 하니 만년 쟌느에게 밀리는 황녀님이 저렇게 분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모든 것을 가졌는데 성적까지 원하다니. 그런데 순간 어떤 생각이 번뜩였다. 그녀의 쌍둥이 오빠인 루히르 드 윈터는 신분 상관없이 모두에게 상냥해 모두의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 아직 연애 한번 해 본 적 없기도 했고. 그렇다면 평민인 그녀가 그의 모든 처음을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상처받지 않도록 거리를 두면 헤어질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 “루히르.” “……응.” “루히르랑 모든 처음을 공유해서 기분 좋아.” “-나, 도.” 혀를 섞는 질척한 소리가 고요한 거실을 울렸다. 골목에서 입을 맞출 때는 시끌벅적한 소음에 묻혀 혀를 섞는 감촉만 느껴졌으나 지금은 달랐다. 야한 소리가 들려오는 게 느낌이 이상해 등줄기가 저절로 떨렸다. 깊게 입을 맞추다 눈을 뜨니,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갛게 익어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루히르가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코, 눈가, 뺨, 곳곳에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입술을 살짝 질끈 깨물자 깜짝 놀란 시선이 마주쳤다. 입가를 훔친 쟌느는 자신의 샤워 가운 위로 그의 손을 가져갔다. 그러곤 그걸 벗겨 내게 했다. 말랑한 가슴이 드러나자 루히르는 눈을 크게 뜨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입술만 뻐끔거리는 모습에 쟌느가 웃으며 그의 손을 이끌었다.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으로 부드러운 가슴을 매만지게 하자 가뜩이나 붉은 그의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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