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컸네, 꼬맹이.”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던 늦여름. 친오빠의 비보와 함께 6년 만에 재회하게 된 오빠 친구 차무원. “오빠가 이제 우리 설이 진짜 오빠 노릇 한 번 해보려고.” 혼자가 된 이설에게 오랜 짝사랑인 그는 이번에야말로 너의 가족이자 오빠가 되어주겠다고 말했지만, 이설의 마음은 달랐다. 결국 이설은 결심했다. 저를 지키고자 하는 오빠의 마음을 이용해서라도, 그를 가져야겠다고. “뭘까. 우리 착한 설이가 오빠 말도 어기고 이딴 곳에 기웃댄 이유가.” “궁금해서 왔어. 내 또래 여자애들은 뭘 하고 노는지, 어떤 식으로 남자랑 어울리는지 궁금해서.” 수가 빤히 읽히는 어설픈 도발이지만 무원이라면 그럼에도 그냥 두고 보지 못할 거라는 걸, 이설은 알고 있었다. “오빠 소리 해가며 뒤꽁무니 따라다닌 게 몇 년짼데.” 다정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에 낯설 만큼 냉기가 감돌았다. “이러면 안 되지, 설아.” “오빠, 흣….” “오빠가 아무 새끼 거나 받아먹으라고 여태 네 빤스까지 빨아주면서 키운 게 아닌데. 응?” 거친 손끝이 드디어 한 장 남은 얇은 옷감 사이를 파고들었다. “말했지. 이설이 넌 좋은 선생님 돼야 하니까 오빠 같은 개새끼랑은 엮이면 안 된다고.” “흡….” “근데 어쩌냐, 설아.” 본인 손으로 사입힌 옷을 내려다보며 질 나쁜 웃음을 지었다. “오늘부로 너, 좋은 선생님 되기는 그른 것 같은데.” illust. maybez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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