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령 김씨 32대손 김유신은 청선 박씨 35대손 박준완과 혼인한다. 이에 불복할 시 가주의 직위를 박탈하며, 두 일가를 엄벌에 처하노라.” 21세기 입헌군주제 시대. 그러나 정치판이 늘 그러하듯 관료 간의 싸움이 끊이지를 않았고, 재정부와 문화부 장관은 오랜 앙숙지간이었다. 참다못한 임금은 두 양반가 사이의 화합을 위해 사돈을 맺으라는 어명을 내린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 속에서도 김유신은 상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데…. “그럼 결혼하는 데 문제없다 이겁니까?” “솔직히 말할까요? 전 독립하고 싶어요. 딱히 결혼을 하고 싶다기보단 그냥 부모님과 따로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달까.” “동거만 하자, 이거네요.” 상대가 좀 재수 없으면 어떤가. 우리가 진짜 연애할 것도 아닌데. 게다가 자신의 결혼 상대는 성적 지향성이 확실한 헤테로. 박준완은 제게 딱히 관심을 기울일 것 같지도 않다. 한집에서 각자 원하는 삶을 살면 그만이었다. “만약 부부의 의무까지 져야 한다면 곤란했겠지만… 그쪽도 마침 저와 생각이 비슷한 듯하고.” “저 역시 그러길 바랍니다.” “얘기가 잘 통해서 좋네요. 저희 꽤 잘 맞을 거 같아요.” “그건 살아 봐야 아는 거겠죠.” 박준완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유신은 임금님이 정해 준 제 남편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빈말이 아니라 우리는 정말로 근사한 쇼윈도 부부가 될 것 같다. 하루아침에 배필이 된 양반가 자제들의 선결혼 후연애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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