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의 2005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 인물, 지명, 기업, 사건과는 무관한 점 감상에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2년 전, 아버지의 사고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단영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방 <여름>으로 굴러떨어진다. 다방을 찾는 손님들이 몇 없는 덕에 일은 힘들지 않지만,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에는 삶이 빠듯하다. 문제는 다른 일을 구하고 싶어도 대부업체에서 허락해 주지 않는다는 것. 단영은 제가 묶인 다방이 평범한 곳이 아님을 짐작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방과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남자가 <여름>에 난입하는데……. “뭐 하니?” “…….” “뭘 쪼르레기 서 있어. 장님이야?” 그날을 기점으로 남자는 걸핏하면 <여름>에 발을 디딘다. “티켓값.” “티켓……값이요?” “여기 티켓 다방 아니야?” “네? 아, 아니에요.” “아아. 아니야아. 손님을 너무 힐금대길래 티켓 사 달라는 의미인 줄 알았지.” “아니에요. 이런 거 안 주셔도 돼요…….” “예삐는 엉덩이가 작아서 이 이상 받기 어려울 텐데.” 저를 예삐라 부르는 것하며, 툭하면 지껄이는 성희롱하며, 뻔한 직업하며, 단영은 남자가 불편하고 무섭기만 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단영은 남자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처음으로 남자가 친절한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물애기라 못 알아들으려나. 사장님 자지 좀 빨아 볼래?” 남자가 원금을 까 주는 대가로 그러한 조건을 내걸기 전까지. “사장님, 흐으, 도와주세요.” 이미 저를 외면한 사람임을 알고 있는데도 왜 남자를 찾았는지 단영은 알지 못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따름이었다. 저 남자가 도와줄까? 무용한 물음이었다. 이곳에서 단영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남자뿐이었다. “도와, 흣, 도와주세요. 모, 모르는 사람인데 자, 꾸…….” “내가 왜?” 하나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간 간결한 물음에 입이 다물렸다. “응?” 남자가 사뭇 상냥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예삐야.” 저를 부르는 음성 역시 끝이 늘어졌다. “내가 널 왜 도와줘야 하는데.” “…….” “내가 네 이름을 알아, 뭘 알아.” 단영은 그제야 제가 남자의 이름을 아는 것과 달리 남자는 제 이름을 모른단 사실을 깨달았다. 긴장감이 극에 달해서인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뺨을 흠뻑 적실 것 같았다. 그러나 단영은 눈물을 참으며 파들파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흑, 저 단영이에요……. 임단영…….” 룸을 가득 채운 덩치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단영의 시야에 들어찬 존재는 떡하니 상석을 차지한 채 담배를 피우는 남자뿐이었다. 얼마나 떨었을까, 마침내 담배를 문 입술이 느릿하게 비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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