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입고 들고 신을 건 내 마음대로 샀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같이 사러 가.” “…….” “그렇게 해주고 싶어서 돌아온 거야.” 더 필요한 것이 없을 정도로 잘 갖춰놨음에도 시하는 태건이 말하는 방식이 고마웠다. 카드를 던져주거나 서 실장에게 말하라며 귀찮아하는 기색이 아니라 함께 가자는 말이 더없이 그녀를 눈물나게 했다.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닌데.” 태건은 말갛게 웃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했다는 듯이 거리낌이라고는 없었다. 시선을 둘 곳이 없어 잘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도리어 시하의 것이었다. “안아 줄 수 있어요?” “그래도 돼?” 동의를 구하는 듯 묻는 말에도 오만하고 거만한 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시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무해한 듯 웃고 있지만 저 웃음 뒤에는, 포획물을 앞에 둔 포식자의 냉랭하고 서늘한 눈빛이 있음을. 왠지 모르지만 범태건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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