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골 깊은 초옥에 홀로 지내는 서생 우소현은 눈 내리던 겨울밤, 매화나무 가지로 발자국을 지우며 찾아온 낯선 아이를 집에 들인다. 말투와 입맛만 봐도 고위대관의 내자가 분명하지만, 아이는 이름과 나이 외엔 성도 밝히지 않은 채 입을 굳게 다문다. 추운 날 내쫓을 수 없어 함께 지내기 시작한 두 사람. 생각이 깊으면서도 아이 같은 규와의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소현은 저잣거리에서 수상한 무리가 아이를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결국 들이닥친 관군을 피해 소현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를 도망치게 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한 소현은 아이가 무사하길 바라며 시간을 흘려보내는데…… 8년 후, 매화목 사이를 가르고 짙은 솔 향을 품은 한 사내가 그를 찾아온다. “금혼령이 내려졌는데도 사주단자를 넣지 않은 이가 있어, 제가 직접 받으러 왔습니다.” 이규. 눈앞의 사내는 오래전 소현이 곁을 내어 준 어린아이가 아니라, 삼백 년을 이어 온 호반 이씨 왕조의 세자, 이규였다. 소현은 자신의 사주단자를 요구하는 규에게 명을 거두어 달라 읍소했지만…… “어쩌면 좋지요? 저는 오늘 세자빈의 사주단자를 받고자 이곳에 온 것인데.”
리뷰를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