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 가는 남유물산 창업자의 손녀, 재연은 맞선 자리에 흥미가 없는 듯한 남자를 보며 다음 만남은 없을 거라 더욱 확신했다. “저는 나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잠깐은 시간 있습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회장님 앞에서 협조할 상대를 찾고 계신 거라면 약혼녀로 책임만 다하고 귀찮지 않게 해 드릴 자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본인이 유일할 것 같아요?” 이선환 상무와의 식사는 예상했던 대로 특별함 없이 끝났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내 약혼녀 자리를 원한다고 했었잖아요. 그래서 본인이 뭘 얻을 것 같아요?” “제가 바란 건…….” “그 조건에 나랑 자는 건 없었어요?” 재연은 그가 제안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머릿속의 내가 그렇게 문란한가. 약혼녀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랑 자고 다닐 것처럼.” “…….” “왜 답이 없지? 물어봤잖아요. 내가 뭘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오늘 내 차 타고 같이 집으로 갈 건지.” 남자의 공간에 발을 들인 후에도, 미래가 있는 관계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저 필요에 따른 제안, 거부할 조건은 아닌 것 같아 뱉어진 승낙이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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