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 실은 잊은 척했던 것에 불과하지만. 평범한 아린에게 있어 너무 완벽하고, 지나치게 과분했던. 더불어 지옥과도 같은 처참한 끝을 선사했던 남자, 태건호. “주제 파악이 안 돼?” 아린은 눈을 의심했다. 저 남자가 왜 제 앞에 있을까. 무려 천억이라는 돈을 들여 절 산 사람이 저 남자가 맞나? “이것저것 캐물을 처지가 아닐 텐데.” “이깟 걸로 발끈해서 어쩌려고.” 툭툭 던지는 무심한 말투,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빛. 타인보다도 못하게 대하는 남자가 아린은 꽤 아팠다. 결심했다. 두 번 다시 그에게 내어주는 일 없을 거라고. 몸이고 마음이고,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절대로. 그런데, 왜......? “빨아. 젖게 해야 들어가지.” 아린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피할 곳은 정녕 아무 데도 없었다. 힘없이 눈을 내리감는 그녀의 안으로 그가 뜨겁게 파고들었다. 입술이 포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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