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사예가 그려 놓은 그림 속 여자는 밑도 끝도 없이 야했다. “이 그림 속 여자는 저예요.” “…….” “저 재윤 씨한테 이렇게 맞고 싶어요. 때려 주세요.” 그녀가 그에게 회초리를 내밀었다. 배사예는 현시대와 호흡하는 젊은 예술가 중 가장 감각 있는 화가였다. 하지만 이렇게 독보적인 여자가 실은 맞으며 흥분하는 변태였다니. “싫어요. 내가 왜요?” 안재윤이 반듯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의무적으로 띤 친절한 미소 너머로, 냉소가 헛웃음처럼 터져 나왔다. “때려 주면 흥분해서 매달릴 게 뻔한데. 누구 좋으라고.” 안재윤은 사예를 존중하는 척 경멸하는, 몇 안 되는 인간 중 하나였다. 연락을 무시하고 회피하고, 회사에서도 없는 사람 취급하고. 이 모든 게 과연 재윤에게 협업 제안을 받았던 그날. 그 첫날밤 때문이라면……. “그리고 그거 아시죠?” “……뭘요.” 그가 사예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서늘하고 도회적인 향이 훅 풍겨 왔다. 그녀의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어딘지 모르게 위압적이었다. “다른 남자 같았으면 사예 씨 그 말 하자마자 무슨 짓을 당했을 지 몰라요. 지금 멀쩡하게 서있지도 못할 텐데. 저한텐 그런 취향이 없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세요.” 안재윤은 말끝에 친절하게 입꼬리를 밀어 올렸다. 먹잇감을 친절히 보내 주고는, 발걸음 하나하나 집요하게 눈으로 좇는 맹수처럼. 그럼에도 고지식한 무테안경은 그를 철저히 이성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인가, 이상했다. 사예는 그가 제게 내보이는 경멸이 미치도록 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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