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임신했어요. 아니, 임신했었어요.” 며칠째 입안에서만 맴돌던 말이 기어이 새어 나왔다. “지웠거든요. 아이.” 제 고백에도 남자는 믿지 못했다. “연가은. 너 거짓말에 소질 없어.” “그럼 전무님 아이란 것도 못 믿으시겠네요?” “내 아이?” “네. 전무님 아이였어요.” 서서히 현실이란 걸 받아들인 남자의 표정이 구겨졌다. “지웠다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말하잖아요.” “연가은!” 돌연 소리치는 시헌을 보면서도 가은은 덤덤했다. 설령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도망친들 끝끝내 저를 찾아낼 차시헌이기에. 확실히 매듭지어야 했다. 앞으로 그 없이 살아갈 아이와 자신을 위해. 하지만 기어이 저를 찾아온 그를 향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요, 아직도 대리모가 필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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