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어?” 12년 전, 열아홉의 추웠던 겨울에 버리고 온 첫사랑이 까만 밤처럼 어둡고 단단한 남자가 되어 나타났다. “난 되게 오래 기다렸는데.” 여상하게 던져진 원영의 자문자답에 해수의 마음은 수면 깊이 처박혔다. “난 다시는 널 만나고 싶지 않았어.” 목을 아프게 찌르는 그리움을 삼켜 낸 뒤에야 건넨 차가운 말. 끝났다고 생각했던 관계를 억지로 이어 붙이려는 원영을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제 삶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어쩌겠어. 나는 아닌걸.” 희미한 웃음기에 가려진 그리움과 원망과 분노. 버림받은 이의 서러움이 어려 있던 원영의 눈동자가 얼어붙었다. “그러니까 해수야, 지금부턴 조금 더 신중하게 대답해.” 그날처럼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밤, 다정한 손길로 해수의 옷깃을 여며 주며 원영은 말했다. “내가 개새끼가 될지 말지는, 이제 너한테 달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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