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남주 사무관여주 지랄남주 #덤덤여주 가이드버스 분리불안예정 #갑을전복예정 이능 본부 매칭 담당 사무관 하네트는 제 운이 무척 좋은 편이라고 여겨 왔다. 험지에서 나고 자란 고아 출신이 운을 논한다면 누군가는 비웃겠지만, 적어도 하네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카이런과 얽히기 전까지는. “혀가 길어서 말을 못 하나.” “아니요, 조, 조금 놀라서요.” “조금 놀랐구나.” “…네.” “난 많이 놀랐는데.” “…네?” “웬 미친 새끼가 갑자기 가이딩을 하는데 누가 안 놀라요.” “…….” “근데 그 미친 새끼가 내 가이드라네.” “…….” “네가 붙였고.” 모름지기 에스퍼란, 가이드가 싫다 어쩐다 뻐기다가도 막상 매칭이 되면 제 가이드를 위해 목숨도 거는 족속이건만. 등급조차 측정할 수 없다는 대단하신 에스퍼께서는 제게 가이드를 붙였다고 지랄병이 도지셨다. 제 기분을 더럽힌 대가로 분풀이하듯 패악을 떨던 카이런은 혼전순결을 주장하는 에스퍼답지 않게 상상력이 몹시도 풍부했다. 나쁜 쪽으로. “뭐 어디까지 따라 와. 나도 따먹게?” “아니요? 절대로, 세계가 멸망해서 남자가 에스퍼님만 남는다고 해도 그런 생각 안 하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혼전순결 꼭 지켜 드릴게요.” “지랄.” “…….” “꿈 깨요. 넌 줘도 안 먹어.” 줄 생각도 없는데 매번 하네트를 몰아가는 것도 모자라서, “숨을 왜 그 따위로 쉬어요.” “…후으, 네?” “헐떡거리지 마요, 싸 보이니까.” 숨 쉬는 걸로도 트집을 잡았다. “이게 툭하면 몸으로 때우려고.” “그런 적 없어요. 오해하시는 거예요. 저도 에스퍼님이랑 그런 거 하기 싫어요.” “어이없네, 야.” “네.” “왜 하기 싫은데.” 그러다 나중에는 왜 저랑 하고 싶지 않냐며 시비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 생각해 보면 다 하네트 제 업보가 아닐까 싶다. 살아보겠다고, 매칭 가이드 붙여준 허물을 덮어 보겠다고 동조했던 작은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다. “바게트는 나 좋아하잖아요.” 아니. 나는 너 안 좋아하는데. [미리보기] “자꾸 지랄할래요?” 카이런이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한 걸음 붙어 섰다. “내가 너 줘도 안 먹는다고 했지.” “저도 에스퍼님 안 먹어요…!” “뭐?” 카이런은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짙은 속눈썹 아래로 서늘한 안광이 번뜩였다. 그가 하네트를 포위하듯 다가왔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억울하고 조급해서 생각할 틈도 없이 뱉기는 했다만. 혀를 깨물고 싶어졌다. “이거 또 나사 풀렸네.” 하네트는 저를 집어삼키는 그림자를 피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조, 조일게요.” “뭘 조여.” 카이런이 눈살을 좁히며 한 걸음 더 바싹 붙었다. 하네트 또한 가까워진 거리만큼 뒤로 물러났지만, 차갑고 딱딱한 벽이 등에 닿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말을 왜 그렇게 해요. 진짜 싸구려 같아.” 응? 답을 요구하듯 말끝을 올린 그가 발끝으로 하네트의 운동화를 건드렸다. 척 봐도 값나가 보이는 재질의 러닝화와 아무리 빨아도 낡은 티가 지워지지 않는 하얀 운동화. 카이런은 부러 낡은 운동화를 툭툭 건드리며 픽 웃었다. “존나게 잘 조이시나 봐.” 하네트가 속어의 의미를 깨달은 것도 그때였다. 나사를 단단히 조여서 거슬리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두고 싸구려니 어쩌니 해서 혼란스러웠는데, 혼전순결을 주장하는 남자는 이토록 저속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무슨 동정이 이래? “…….” 입을 꾹 다문 하네트는 약간의 경멸을 담아 그를 흘끔거렸다. 스스로는 약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카이런을 향한 눈빛과 표정은 꽤 노골적이었기에, 저 잘난 맛에 사는 남자의 자존심이 세게 긁혔다. “야, 표정.” 그가 으르렁거리자, 하네트는 움찔하며 고개를 떨궜다. “…앗.” “‘앗’ 이러네.” “…….” “까먹었어요? 너 나 좋아한다며.” 긴 손가락이 하네트의 턱끝을 느릿하게 밀어 올렸다. 그는 답을 종용하듯 겁에 질린 눈동자를 빤히 꿰뚫어 보았다. 하네트가 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맞아요.” “그치.” “네.” “그럼 내가 좆을 빨아 달라고 해도 좋다고 달려들어야지, 너는.” 일러스트: 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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