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동아줄이 되어주마." 혼인날 신랑이 비명횡사했다. 무성한 풍문과 냉대를 견디던 백영 앞에 나타난 뜻밖의 이. 전장에서 숱한 목숨을 삼키고 주검 사이를 웃으며 걸었다는 흉인(兇人). 차허운.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런 눈은 마음이 아픈데." 거짓된 미소, 거짓된 다정.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내. 동정을 얻겠답시고 제 몸에 상처를 내지 않나 술기운을 빌려 꽃을 내밀지 않나. 기이한 수작질은 번번이 본심을 흐리고. "삼 년 동안 네 온기를 나누어준다 해도, 나는 끝내 멀쩡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거야." 쓰디쓴 고백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한 지붕 아래, 서로를 향한 경계마저 서서히 무너져 가는데. 금실 좋은 부부가 아닌 허울 좋은 부부. 허명뿐인 혼인은 과연 무엇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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