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네 딸로 키우든지. 쟤만 보면 그 새끼가 떠오른다고!” 불안정한 모습으로 집을 뛰쳐나간 쌍둥이 동생은 그날 밤, 차가운 도로 위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다. 이름조차 없는 갓난아이 하나만을 남긴 채. 그 비수 같던 말이 윤서에게 남긴 유언이었을까? “얘. 내가 키울 거야, 엄마.” 21살, 그녀는 그렇게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다. 학업도, 꿈도, 찬란했던 청춘도 모두 포기했다. 오직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잠잘 시간을 쪼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필명 ‘채윤진’ 뒤에 자신을 꼭꼭 숨기고 살아온 12년. “윤서 맞지? 채윤서. 나 모르겠어?” 세상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진짜 이름, ‘채윤서’를 불러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출판사 본부장 준호는 베일에 싸여 있던 천재 작가가 12년 전, 자신이 짝사랑했던 ‘채윤서’라는 사실에 놀라움과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기분 좋은 우연에 두근거린 것도 잠시, “제천에 엄마가 계셔서 딸이랑 같이 내려가려고요.” 기적처럼 마주한 첫사랑에게 딸이 있다는 소리에 준호는 크게 당황한다. 싱글일 거라 믿었던 기대가 무너지고 유부녀라는 거대한 장벽이 앞을 가로막지만, 준호의 마음은 기어코 윤서를 향해 속절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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