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검은발살쾡이라 불리는 맹수이자 수인이었으나 귀엽기만 한 외모로 가정집 고양이로 분양 가거나 귀한 맹수라며 아버지 빚의 담보가 되기 일쑤였다. 성인이 되고 한 사람 몫을 하며 아버지와 절연한 지금도 상황은 똑같았다. 아버지가 가식적인 연기로 날 속이더니 또 빚의 담보로 팔아 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사채업자들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들은 호랑이 수인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토종 맹수. 그중 우두머리인 남자는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날 보고 콩알만 하다고 새끼라고 하질 않나, 날 때리고 아가라고 부르면서 날 무시했다. “옳지. 착하지. 캔은 내가 따 주마.” “오늘 집에 늦게 들어올 거야. 잘 놀고 있으렴.” “우리 아가가 똑똑한 거지.” 그런데 남자의 태도는 지금껏 본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수인보다도 이상했다. 거칠면서도 다정하고, 위험한데도 따뜻했다. 점점 미안해지고 겁이 났다. 난 그를 속이고 있는 거니까. “에우웅….” 주인아…. 나 사실은…. 수인이야.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야. 그래도 나 여전히 아가야? 나, 좋아해…? 계속 좋아해 줄 거야? “우리 아가가 똑똑한 거지.” “에옭?” 똑똑해? 남자의 말에 귀가 쫑긋거렸다. “맛있는 거 준다고 쫄래쫄래 따라가면 안 되지. 세상엔 위험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안 그래?” 소파에 숨은 나는 눈만 껌뻑이며 남자를 보았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아버지는 집에서 밥만 축내지 말고 귀염이나 떨어서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주워 먹으라고 했지. “근데 난 안 위험해.” 당신이 제일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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