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어. 딱 3개월이면 돼.” “옆에 있으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 “설마하니 내가 빨래나 청소 따위나 맡기려고 여기까지 널 데려오진 않았을 거 아냐?” 빚에 시달리는 아빠를 돕기 위해 단아는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었다. 하지만 빚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사채업자들은 아빠의 장기를 떼가려 한다. 몸부림 끝에 진흙탕에 내팽개쳐진 단아는 삶의 이유조차 잃은 채 그렇게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 남자가 나타났다. 도창건. 구세주인 줄 알았던 굶주린 짐승 새끼. ‘도와줘…? 내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어.’ ‘…도와…주세요.’ ‘어떻게 갚을 건데.’ ‘뭐든… 다 할게요….’ 비릿하게 끌어 당겨진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와 아가리를 벌렸다. 선홍빛 혓바닥이 아랫입술을 사악 훑는 게 마치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바닥에 떨어진 건 함부로 줍지 말았어야지. 주인이 어떤 놈일 줄 알고 감히 건드려, 건드리길.” 기어코 침대 위를 점령한 짐승이 매트리스 위에 무릎을 세우곤 바지 벨트를 잡아챘다. 단아는 직감했다. 이젠 영락없이 제 차례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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