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쓸쓸한 11월의 온도. 그 11월의 온도 안에서 나는 죽는다고 했다. 11월에 죽은 나를 1년 내내 날 기억하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1월의 그 온도를 느낄 때, 그때만이라도 나라는 존재를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진실된 사랑, 그 사랑이 나를 자꾸만 살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녀의 삶의 끝에, 그의 사랑이 시작됐다. [본문 내용 중에서] “효산시가 어려운 도시던데요. 올 때는 마음대로 와도 갈 때는 마음대로 못 나가는?” 수아도 그랬다. 효산시로 온 순간, 끝이라고. 제 발로 못 나간다고. “저보다 그럴까요.” 농담이 나왔다. 남자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하루만 발목을 잡혀도 난감하다고, 어렵다고 느꼈던 상황이 이 여자에게는 실례였음을 자각한 모양이다. 수아는 이런 게 싫었다. 그녀의 존재가 마치 불운의 아이콘 최종 종착지로 귀결되는 것이.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눈이 부셔 살짝 찡그린 눈빛으로 통창 밖을 보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근사했다. 기부차 대학 병원을 찾은 연예인 몇몇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잔뜩 꾸민 그들보다 눈앞에 앉은 그가 훨씬 연예인 같았다. 멋져 보이려고 갖은 애쓴 티를 내던 연예인들과는 달랐다. 힘을 쫙 뺀 표정도 시선이 끌려갔다. 돈을 가지고 사기를 치려면 이만큼 치명적인 매력은 있어야 하는구나, 어제부터 연거푸 그 생각만 들었다. 이런 남자를 유혹해 곤경에 빠뜨린다는 얼토당토않은 계획까지 세웠다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도리어 그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11월에 죽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슬픈 기분 따윈 들지 않았었다. 그저, 올 게 드디어 왔구나 생각했을 뿐. 그가 사기꾼만 아니었어도, 그녀 딴에는 죽기 전 선물처럼 장재민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을 텐데 말이다. 이 사기꾼이 날 내장까지 탈탈 털고 싶어도 난 장기가 다 약해서 이식도 안 된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겁이 안 났다. 최소한 잃을 게 남아 있다면, 계속 산다면, 그녀 대신 책임질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사기꾼이라는 존재 자체에 겁이 났겠지. 죽음을 목전에 둔 한수아는 그가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땡전 한 푼 털어먹을 게 없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짐짓 궁금할 지경이었다. 어쩌면 그게 가장 최고의 복수이려나.
작품 정보
〈11월의 온도〉는 오도은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네이버시리즈·리디·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6 늘어 누적 388이었다.
평점은 리디 4.6점(13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