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잔혹하다. 무리에 속하지 못한 존재를 쳐내는 데에 더한 기술자가 없을 정도로. 루아 세이번은 코츠웰 아이들의 웃음거리였다. 멀쩡한 부모도 없고, 외모도 단정치 못한 아이. 모두가 술래잡기를 할 때 그녀는 항상 술래가 되어 눈을 가려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헤매던 루아를 잡아 세운 손길이 있었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애가 서 있었다. 말쑥하고 예쁜 남자애, 킬리언. 킬리언은 다른 애들과 달랐다. 그들은 둘만의 비밀 아지트를 만들었고, 하루 종일 수다를 떨며 환상의 세계들을 지어 냈다. 그러니 루아는 그 애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루아는 새끼가 어미를 쫓아다니는 것처럼 킬리언을 따라다녔다. 집요하게, 한 순간도 빠짐없이. 그럴수록 킬리언의 친절이 점점 사라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너 때문에, 너 따위가 뭔데?! 멍청하고 가난한 계집 주제에!” 그리고 마침내 알 수 없는 말만을 남긴 채 루아의 곁을 떠나 버렸다. 14년 뒤, 수도 블랑. 루아가 거금을 들여 수도로 올라온 이유는 하나였다.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버는 것. 그러나 그녀가 마주친 것은 차가운 현실이었다. “미혼 여성에게는 일자리를 줄 수 없어요.” 계속된 거절에 코츠웰로 돌아가려 결심한 순간, 거짓말처럼 킬리언이 루아의 앞에 나타난다. 가장 비참했던 순간의 구원자이자, 루아를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뜨린 그 남자가. “루아, 사정을 말하면 내가 일자리를 줄 수도 있어.” 루아가 고개를 들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루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킬리언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나랑 결혼해.” 루아의 숨이 멎었다. “…뭐?” “정확히는 계약 결혼.”
〈순수의 죄악〉은 바빌론 작가의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이다.네이버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으며 현재 연재 중이다.출판은 R에서 맡았다.
네이버시리즈 평점은 8.7점이다.누적 조회 수는 7.4만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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