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가족도, 돈도, 꿈도 없이 사는 민규영의 삶에 볕 드는 날이라곤 없었다. 드디어 성인이 되는 생일날이라고 다른 건 없었다. 예전의 저처럼 가난에 시달리던 이에게 돈을 받아내려 윽박지르고, 살겠다고 거칠게 반항하는 그를 저지하려다 칼까지 휘두른 그날. “저기요, 괜찮아요?” 다른 건 없었어야 했다. 강재경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것이다. “이봐, 왜 쓸데없는 간섭인데?” “내 차에 치였으니까요. 책임은 져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재벌 3세 도련님이라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살아온, 필요 없다는데도 굳이 저를 돕겠다는 강재경의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 민규영은 그런 그가 이상하고 두렵다. 지금껏 그늘에서만 살아온 자신과 햇살처럼 따스한 강재경은 하나도 어울리지 않아서. 그리고 강재경은 오히려 규영을 돌보는 일이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째서일까, 도움을 받는 건 규영인데도 재경의 표정에서 위안이 느껴지는 것은. 재경이 규영의 어둡고 차가운 그늘 아래로 서슴없이 들어서려 하는 것은. “늘 습하고 외진 곳에서 자라나는 풀들 있잖아. 알아? 걔네들은 따뜻한 곳에선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라 죽었으면 죽었지.” “그러니까, 지금 네가 그런 풀이라는 거야?” 강재경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침착했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눈썹이 그의 심기가 편치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내 말은, 난 그늘에서가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얘기야. 삼촌은 내게 필요한 그늘이라고.” “필요한 그늘……” 내 말을 가만히 되뇌던 강재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규영아.” 강재경의 손이 내 머리카락 사이를 가르고 들어와 내 뺨을 쥐었다. “넌 그늘이 어울리지 않는 아이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작품 정보
〈잿빛 그늘〉은 두니랑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리디·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인앤아웃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6 늘어 누적 654였다.
평점은 리디 4.9점(2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