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을 임신했다. 해율은 좆됐다. 진심으로 좆됐다. * * * “주해율 씨.” 배를 끌어안은 해율이 권교언을 경계했다. “어디 가는 건가요?”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산책 좀 가려고 했는데요. 왜요?” 해율은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권교언이 눈매를 가느다랗게 접으며 웃었다. “아, 산책.” 저 눈치 빠른 인간이 답지 않게 속아 넘어가 줄 모양인가 보다. 해율이 고개를 열렬하게 끄덕일수록 권교언의 웃음이 짙어졌다. “그렇군요. 잘됐네요. 저도 주해율 씨의 산책에 함께하고 싶은데요.” “네? 권교언 씨가요? 왜 굳이…….” 느닷없는 발언에 해율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자 권교언의 눈꼬리가 순식간에 처졌다. “이유까지 대야 할 정도로 저랑 산책하는 게 싫은 건가요?” “아니, 무슨.” 해율은 속상하다는 듯 연기하는 권교언을 황당한 눈으로 쳐다봤다. ‘저 인간이 또 왜 저래?’ 광공의 아버지라길래 권교언 역시 미친 인간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권교언은 좀 다른 의미로 미쳐 있었다. “그래도 이유를 이야기해 보자면.” 이를테면……. “당연히 주해율 씨 산책이 왕복이 아니라 편도일 것 같으니까요?” 저딴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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