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에 나랑 얌전하게 대화나 나누자고 온 건 아닐 테고.” 남자의 눈동자가 마치 짐승의 것처럼 번뜩였다. 나른하면서도 동시에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도는 눈빛이었다. 눈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결박된 듯 선화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에도 이상한 점은,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그에게서 익숙함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추성태 전무에게 제대로 듣고 온 거 맞습니까?” 숨 막히는 긴장감이 방 안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선화 앞으로 떨어진 130억 원이라는 빚을 남자가 전부 치렀다. “내가 어떤 새끼인지 듣고도 여길 왔냐 이 말입니다.” “아…….” 배움은 짧고, 경험이 부족한 소선화가 할 수 있는 것은 적었다. 그런 그녀가 이 남자에게 130억이라는 돈을 갚을 수 있는 다른 방도는 찾기 어려웠다. “상무님의 결혼 상대자. 제가 해드리면 안 될까요?” “결혼이라도 하면 130억 까줄까 봐?” “…안 되나요? 돈 때문에 하는 결혼. 세상에는 많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네게 뭘 바랄 줄 알고.” 이 방법뿐이라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긴 했으나, 갑자기 그의 분위기가 무섭게 돌변하자 무언가 감당할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그래. 결혼. 나랑 해.” 그녀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붙든 남자가 얼굴을 바짝 붙였다. “왜, 그새 생각이 달라지셨나?” 선화는 떨리는 입술을 꽉 말아 물었다. 두려웠으나 여기서 도망친다면 방법은 없었다. 소선화에게는 130억 원의 돈을 마련할 다른 방도는 더욱 끔찍하고 참담한 것들뿐이었으니까. 낮은 음성이 마치 경고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할래, 선화야.” 선화야. 이 순간, 그가 부르는 이름이 왜 낯설지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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