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감금, 그리고 위장된 죽음.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사생아 왕자 오스카 드 뒤마르크가 가엾은 천재 소냐 르블랑에게 행한 짓이었다. 그러나 짐승만도 못한 불결한 잡종, 오스테리안 고아인 소냐 르블랑은 왕자의 무도한 행위에 그 무엇으로도 대응할 수 없었다. 오직 그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내야만 할 뿐. * * * 이미 비어 버린 금이 간 향수병을 끌어안은 소냐의 잿빛 두 눈이 세상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굳었다. 이윽고 뜨거운 눈물이 그 야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기어이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눈앞의 모든 세계가 무너진 후에야, 소냐 르블랑은 깨달았다. 자신을 옭아매려 했던 그의 모든 것이 저를 훨훨 날게 해 주려던 오랜 갈망이었음을. 저를 죽이고 가두었던 그의 잔혹함이 무너질 세상으로부터 어떻게든 지키려 했던 몸부림이었음을. 끝내 밀어내려 했던 그 남자. 그토록 두려워하던 악마 같은 그 남자. 그 끔찍한 남자 오스카 드 뒤마르크가. 실은 자신의 모든 세계이자, 구원이었다는 사실을.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제 와, 부질없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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