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은 두 눈이 흠칫 커졌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병원 내부가 깔끔해서도, 짙은 피 냄새가 코를 찔러서도 아니었다. 안쪽의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커다란 남자를 발견해서였다. “……이래서 말을 못 한 거였구나. 개가 아니라 사람이 다친 거라서.” 이솔은 그 팔을 쓸어내리고는 바로 사촌 동생 민재를 쏘아보았다. “맞아. 사실대로 말했으면 누난 안 왔을 거니까.” 민재의 인정에 이솔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본부장님 좀 살려 줘, 누나…….” 민재는 거듭 간절히 부탁했으나 이솔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난 수의사야. 사람은 수술할 수 없어.” 그러나 지독히 낮은 목소리가 이솔의 발목을 붙잡았다. “……말싸움할 시간에, 살려 주시죠……누님.” 극심한 고통으로 으르렁대는 남자의 모습이 정말로 다친 짐승 같아서 굳건했던 마음이 자꾸만 흔들렸다. *** 후! 입바람을 분 이솔은 곧바로 다가와 도윤의 손에 있던 담배를 가차 없이 빼앗았다. “기껏 살려 놨더니. 뭐 하시는 거예요? 음주, 흡연, 절대 금물인 거 몰라요? 니코틴은 혈관을 조여서 상처가 잘 아물지 않게 해요. 그러다 봉합한 게 벌어지면 기침하다가 피가 터질 수도 있고, 감염 위험도 같이 올라간다고요! 아시겠어요?” “친절하시네요. 목소리도 좋으시고.” 서늘한 기운을 풍기던 남자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리자 나른하고 색정적인 분위기가 한층 짙어졌다. 의사 직을 걸고 자신을 살려낸 강이솔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 남자, 서도윤.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남자의 여주 한정 직진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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