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인생을 벗어나 보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 대가가 모시던 아가씨의 죄를 뒤집어쓰는 거라고? 평생 수중에 가져 보지도 못한 돈을 물어내라는데 더 살아 뭐 하겠어. 죽으려고 마음먹었던 그날, 얼마 되지도 않는 전 재산을 탕진해 버렸다. 인생 참 거지 같다고 생각했지. 내 앞에 갑자기 경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로잘린 테시스 양이시죠? 얼른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댁에 불이 나서 영애를 뺀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네?” 아니, 잠깐. 내가 로잘린 테시스가 되고, 죽은 로잘린이 엠마 햄프턴이 된다면……. 배상금은 안 내도 되는 거잖아? “네, 제가 로잘린 테시스예요!”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귀족의 삶을 얻었다. 신은 살아 있었구나! 물론 곤란한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애쉬 맥캘런입니다. 드디어 뵙는군요.” 이 사건의 담당자라는 형사가 자꾸 날 의심하는 것 같다. 눈빛만 보자면 이미 나를 범인으로 점찍어 놓은 것 같은데……. 그래서, 겁먹었냐고? 천만에. 어차피 망한 인생,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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