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 곳은 R-lab. 젊음을 되찾길 갈구하는 고위 권력자들을 위해 연구소는 실험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일지라도. 그러던 중 나타난 돌연변이, 025. 그는 영원한 젊음을 얻게 되는데..... 이 지옥 같은 연구소에서 얻은 젊음이 과연 축복일까? 이 곳은 R-lab. Return의 R을 따서 그렇게 부른다. 성의 없이 지어진 연구소의 이름만큼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연구원은 썩 많지 않았다. 세월이 가면 나이를 먹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것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젊음을 갈구하는, 가진 것이라곤 돈 밖에 없는 그 분들 덕분에 시작된 것이 이 리턴 프로젝트다. 20대, 그리고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청년들의 에너지를 뺏어와 다른 이의 몸에 흡수시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실험이 2020년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띠리링- 작게 울리는 휴대폰 알람을 끄고 직원 휴게실 옆, 실험체들에게 주기 위한 식량을 보관하는 식량 창고로 걸음을 향했다. 6시, 그리고 12시, 그리고 다시 6시. 연구원들은 원활한 실험을 위해서 실험체들의 건강은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당부했다. 하루 3번 매 끼니를 정해진 시간에 담당하는 게 내 업무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이 연구소에서 일하려던 건 아니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할 일 없이 그저 하루를 살아가기만 하던 그 때에, 이 연구소에서 일하던 아는 형 한 명이 이 곳에서 일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었다. 학력, 나이, 크게 필요한 조건 없이 할 수 있는 단순한 업무라고. 업무가 단순하다는 형의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페이는 단순하지 않았다. 살면서 이런 돈을 어떻게 만져보겠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할 일 없이 노는 것도 지겨워질 참이었으니. “제발 집에 보내주세요.” 식량 창고에서 실험체들에게 줄 식량을 꺼내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실험체들과 마주치는 이 시간이 업무 중 제일 싫은 시간이다. 오랜 감금과 갖은 생체 실험으로 인해 대부분의 실험체들은 언어 능력을 상실한다. 식량을 배급하러 들어온 날 보며 울부짖는 그들의 모습은 가끔 짐승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예외는 있다. 이 곳으로 오게 된 지 얼마 안 된 신입 실험체들은 저렇게 집에 보내달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그저 조용히 식량을 배분했다. ‘식량’이라고 해도 그리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아니다. 옥수수로 만든 식빵 한 쪽과 삶은 달걀 한 알 뿐이었다. 내가 이런 음식을 언제 먹어봤던가. 유튜브에서 봤던 ‘다이어트 식단‘ 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아저씨, 아니, 형, 제발요. 집에 가고 싶어요.” “불편한 곳은 없으시죠?” 아무 죄 없는 건장한 사람들이 갇혀있는 것을 보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관할 일도 아니다. 내 업무는 그저 제 시간에 그들에게 밥을 주고, 그들의 외관적 상태를 점검하고, 청소를 하고, 서류를 정리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실험체들에겐 종종 컨디션을 물어야한다.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처럼 느껴졌지만, 연구원들이 시키는 일이니 그냥 해야 했다. “아침밥도 남았네.” 이렇게 식량을 안 먹고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번엔 또 누구일까. 바닥만 쳐다보고 있던 시선을 들어 두꺼운 유리 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칠흑같이 새까만 머리칼을 가진, 창백한 피부의 남자였다. 계속해서 밥을 굶어 그런지 전체적으로 건장한 체격은 아니었다. 길고 말랐네, 밖에서 만났으면 아마 연예계에서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을 거다. 인상을 찌푸리며 종이에 써있는 그의 번호를 읽었다. 025. 아, 이 실험체가 그 돌연변이 025구나.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데. 나는 유리벽에 더 가까이 다가가 쾅쾅 두드렸다. 그러자 025는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025, 밥은 제 때 드셔야죠.” “꺼져, 제발 뒤지게 좀 놔둬.” “죽을 순 있어요?” 025는 초점 없는 눈으로 날 얼마간 쳐다보더니 허탈하다는 듯 웃음을 내뱉었다. 영원한 젊음을 얻었다는 그 돌연변이다. 이게 그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연구의 끝이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가 그저 돌연변이로 남게 된 이유는 세포가 그의 몸을 떠나면 즉사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 또한 내가 알 일이 아니었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영원한 젊음이고 뭐고, 길 가다 차에 치여서 죽고라도 싶은 심정이다. 저 실험체가 측은하게만 느껴졌다.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의 영원함이라니. 마치 저주와도 같다.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마.” “…” “눈알을 뽑아버리고 싶으니까….” 재수 없는 자식. 그런 얘기는 연구원한테나 할 것이지. 가만히 025를 쳐다보다가 그의 말대로 시선을 거두었다. 죽음을 기다리던 인생에서 그 도피처마저 사라진 지금, 그의 기분은 어떨까. 그래, 하지만 이마저도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 연구소에서 내가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곤 그저 지금이 몇 시인지 뿐이니까. 어서 이 곳을 떠나려 뒤를 돌았을 때 025는 얼른 유리벽으로 가까이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나 좀 도와줘.” “…제가 왜요?” “안 그럼 죽어버릴 거니까. 내 식량은 네가 담당하는 거잖아.” “…” “그거 알고 있어? 내 젊음은 영원한 게 아니야.” 그냥 버티고 있는 거지. 025는 작게 말을 이었다.
작품 정보
〈R-lab, 리턴 프로젝트〉는 껌껌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19년 9월 5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1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