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나한테 키스해. 그러면 사과하겠어.” 휴전과 전쟁 배상금 문제를 논하기 위해 적국 잉글랜드에 온 피렌체 귀족, 체사레 데 메디치. 그는 잉글랜드의 연회에서 술에 취해 자신을 제 정부로 착각한 잉글랜드 왕 제임스 3세와 우연히 잠자리를 갖게 된다. 체사레는 그 잠자리에 대단히 만족한 나머지 다시 한번 왕에게 접근해보려 하지만, 왕은 그날 밤 일은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였다는 말을 하며 체사레를 노골적으로 피한다. 그 후 그들 간에는 데면데면한 관계가 이어진다. 그러나 휴전과 배상금 협정이 벌어지던 날, 잉글랜드 왕은 체사레를 비밀리에 불러 자신의 정부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하는데……. * * * “도와주겠다고?” “그래, 말만 하라니까.” “……얼마나?” 그는 그렇게 속삭이며 나를 향해 돌아누웠다. 어두운 곳에 있어 동공이 커진 청동색 눈이 탐색하듯 내 얼굴을 살폈다.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나지막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데……?” 조는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고 몇 번 빙글빙글 돌리더니 내 뺨을 은근하게 어루만졌다. 얼굴이 가까워지며 입술이 닿을락말락했다. 그의 허리를 껴안은 내 팔에는 자연히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대로 입을 맞추려던 순간 그가 고개를 살짝 뒤로 빼냈다.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향해 조가 시큰둥한 얼굴로 덧붙였다. “당신이 아무리 부자라도 그 배상금은 못 내줄 거 아냐?” “……왜 못 내? 낼 수 있어. 전부 다 내줄 수 있어.” * * * “……그게, 그렇게 중요해?” “…….” “내가 그 여자한테 사과해서, 그 여자 기분을 풀어 주는 게……. 그 여자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게 당신한테 그렇게 중요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애써 말라붙은 것처럼 느껴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말에 비교의 대상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서러워하는데, 그것보다 그 여자 기분을 풀어 주는 게 더 중요하냐는 말이겠지. 나보다 그 여자가 더 중요하느냐……, 그런 뜻으로 한 말이겠지. 하, 참. 심기가 뒤틀렸다. 이 사람은 아직도 날 예전의 그 등신 같은 놈으로 아나. 나는 지그시 소매 속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서러워 보이는 하얀 얼굴을 마주 노려보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 “제겐 중요한 일입니다.” 조는 한동안 고개를 돌린 채 죄 없는 커튼만을 노려보았다. 대꾸는 오래도록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았다기보다도 못 한 것처럼 보였다.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는 홱 소리 나게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꽉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냥은 못 해 주겠어. 나한테 키스해. 그러면 사과하겠어.”
작품 정보
〈폭풍우 치는 밤에〉는 몰린07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리디·카카오페이지·봄툰·미스터블루·조아라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루체다.
연재 시작은 봄툰 2022년 1월 13일이다.2026년 10월 27일 기준 연재 회차는 봄툰 83화다.
완결일은 봄툰 2022년 5월 31일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봄툰 10, 카카오페이지 2, 미스터블루 2 늘어 누적 852, 29, 918이었다.
평점은 리디 4.7점(92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