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결혼할 거야.” 정화의 재혼으로 하루아침에 새아버지와 남동생이 생기게 된 유리. 정화는 새로운 집으로 들어가기 전 유리에게 거듭 당부하며 약속을 하는데, “그곳에선 유리의 비밀을 절대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도 들켜서도 안 돼.” 사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밀을 남몰래 간직한 유리는 정화의 당부를 되새기며 새로운 집으로 들어간다. [쟤도 죽겠네.] [저번처럼 또 때려죽이려나.] 제 방에 걸려있는 그림 속 두 여인의 목소리를 듣게 된 유리는 정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써 그 목소리를 못 들은 척 외면하고, 그림을 때려 부순다. 그날부터 매일 밤 유리는 그림 속에 그려져 있던 두 여인들에게 시달리게 된다. 시간이 흘러 기숙학교에서 지내던 공성현이 기숙사 문제로 잠깐 집에 머물게 된다. 공성현이 집으로 들어온 그날 밤. 유리는 언제나처럼 그림의 잔상들을 피해 아래 층으로 도망쳤다. “몽유병?” 그러다 소란을 듣고 방을 나온 공성현과 마주치게 되는데, 유리는 저를 쫓아온 두 여인들을 피해 공성현의 품으로 뛰어든다. “무슨 놀이인지 알려주면 같이 놀아줄 의향은 있는데.” 공성현의 곁에 머물자 저를 쫓던 두 여인들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유리는 그날부터 매일 밤, 두 여인들을 피해 공성현의 방에 찾아든다. “뭐해. 지금?” “보면 몰라? 잘 준비하잖아.” “잠을 여기서 잔다고?” “응.” “재밌네.” 유리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아온 공성현이 시선을 맞춰왔다. “자면서 나랑 어떻게 놀려고.” “끝말잇기 하자.” 공성현의 한쪽 입꼬리가 삐딱하게 올라갔다. 그날부터 매일 밤 둘만의 놀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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