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 말, 조선의 북쪽 끝 무산은 버려진 땅, 늙은 호랑이 같은 조선정부는 북쪽 국경도시를 지킬 힘이 없다. 강 건너 간도 땅의 만주족과 뒤섞여 사는 국경의 밤은 푸른 여우 울음 속에 바람도 귀신처럼 울어대는 땅이다. 오늘도 내일도 어제처럼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라. 무산의 작은 마을, 수백 마리의 까마귀 떼가 몰려와 울어대는 날, 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액운을 막기 위해 험한 이름을 주어라! 아이는 까마귀라는 이름을 받았다. 무당이 굿을 하고 성황당 할미가 액운을 막아주었지만 아이의 운명은 핏물로 흐른다. 간도와 북쪽 국경은 비적의 땅, 아이의 아비는 비적에게 죽고 어미와 누이와 까마귀는 강 건너 만주족에게 팔려갔다. 지옥 같은 땅에서 소처럼 일만 하던 까마귀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도착한 곳은 조선이 아닌 일본의 북해도. 어머니와 누이를 찾기 위해 일본 검을 배운 까마귀가 마침내 얼어붙은 북간도로 돌아온다. 까마귀를 기다리고 있는 만주족 슈우. 까마귀를 추격하는 일본 제일 검의 겐지. 대륙에 갇힌 땅 북간도에서 세 남자의 검이 부딪치고 까마귀는 피를 토하며 운다. 차가운 빗속에 까마귀 울음소리. 한 맺힌 피는 천년을 두고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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