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결혼해 주세요.” 어릴 때부터 후원자였던 장태영 전무에게 결혼을 구걸했다. “네 제안이 솔깃하면 생각해 볼게. 후원하는 셈 치면 되잖아.”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결혼마저도 그에게는 하나의 유희처럼 쉬워 보였다. “단, 내 말에 무조건 따를 것.” 그리고 언제든 그가 지루해지면 끝낼 수 있을 만큼 가볍게 보였다. 적선하듯 그가 베푼 결혼 제안은 오만하고 무례했다. 그러나 그 무례함을 뒤집어쓰고서라도 지수는 결혼을 구걸하여 그를 제 남편으로 삼아야 했다. 반드시.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입안의 혀처럼 굴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드릴게요.” “네 도움? 나한테 그런 게 필요할 거 같니?” 그의 반문에 지수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역시, 이 방법은 잘못된 걸까. 애초에 복수 같은 건, 생각지도 말고 그저 숨죽인 채 살았어야 했나. 지수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하지만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한다는 건 구미가 좀 당기네.” 그래야 후원하는 사람도 보람이 있지. 장태영이 지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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