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부였을 때 하지 못했던 걸 하는 것뿐이야.” 삼 년 전 헤어진 전남편을 갑과 을의 관계로 만났다. 그런데 더 비참한 건 초라한 모습으로 어떻게든 그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 “우리 한때는 부부였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만…….” 결국 하고 싶지 않았던 말까지 해버렸다. 먼저 이혼을 꺼낸 전 자신이었으면서, 급박한 상황에 자존심까지 버렸다. “그 물건 받아주는 조건으로 뭐든 할 수 있다?” 처절한 제 상황을 외면하고 싶은 인영와 달리 그는 인영이 당황하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인영은 머뭇거리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절박했다. 계산하고 따질 여유 따윈 없었다. “이건 당신이 선택한 거야.” 귓가에 달큼하게 스며드는 그의 목소리는 그의 눈빛과 달리 지독하게 냉랭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날 원망하지 마.” “문인영. 남자 미치게 하는 재주 있지.” 인영의 깊어진 눈동자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태하는 예쁜 눈웃음과 달리 날카롭고 비릿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지금처럼. 그런 눈빛으로 남자를 보면 어떤 남자든 문인영한테 정신이 나갈 거야. ” 그는 말을 내뱉으며 인영의 어깨에 있던 자신의 재킷을 훅 벗겨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널 안고 싶어 미쳐서.” 입술 안으로 뜨거운 숨결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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